“사이다처럼 통쾌하게 악을 응징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악을 대하는 방식이 과연 맞는지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죠.”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은 신작 ‘베테랑 2’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천만 영화 ‘베테랑'(2015)의 속편인 ‘베테랑 2’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3일 개봉한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열혈 형사 서도철이 1편에 이어 ‘베테랑 2’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편에선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을 향해 돌진하는 서도철의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번 작품은 죄를 지은 사람을 어떻게든 응징해야 한다는 정의감이 항상 옳은 것인지 질문한다.
류 감독은 “1편의 경우 나를 분노하게 한 몇 가지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며 “영화를 통해서라도 복수의 쾌감을 느껴 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 뒤로 어떤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해 살의까지 느꼈는데, 지나고 보니 그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정의라고 생각한 게 과연 옳은 정의인가 하는 생각이 쌓이면서, 1편처럼 가려운 곳을 확 긁어주는 게 좋긴 해도 어쩌면 잘못된 처방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화가 안 된다고 계속 사이다를 마시면 위를 버릴 수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